태그 : 레이븐

 

2008.1.14

큰일났네. 딘이 심각하게 말한다. 예산이 안 맞아. 이번 의뢰를 끝내면 우리 셋 다 무기를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큰일도 언제나 큰일이면 이미 큰일이 되지 않는 법이다. 예산 역시 맞은 적이 없었으니까 큰일이 아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 그래도 딘은 심각하고 록코도 심각하다. 난 이번에 꼭 바꿔야 해. 벌써 예전만한 위력이 좀처럼 나지를 않는다고. 이 중에서 힘은 내가 제일 세니까 효율을 생각하면... 록코가 그렇게 주장하면 딘은 뾰루퉁해진다. 난 바로 그저께 신상품이 나왔단 말이야. 게다가 레이스 저 놈은 저번부터 낡은 무기로 버티고 있었으니까 이번엔 꼭 바꿔줘야 한다고. 뾰루퉁해진 두 얼굴이 나를 쳐다봤다. 아, 난 무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저 두명 분 무기를 사고 남는 돈으로는 카지노에나 갔으면 좋겠는데. 미안해서 차마 그렇다고 말은 못하겠다.

by 모에라 | 2008/01/14 11:37 | 낙서 | 덧글(0)

 

2007.11.2

"그래도 옛날 생각 나더라. 기억 나? 우리 창고에 양은냄비 하나 있잖아. 접때 마지막으로 태워먹은 이후로 도저히 쓸 수 없게 되버렸는데 딘이 아깝다고 버리지 말자고 그랬었잖아. 그거 내가 거기 처음 갔을 때부터 있었다. 신기하니까 기억하고 있었지. 그 땐 록코짱밖에 없었는걸. 하하하. 록코짱이 뭐든 해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먼지투성이가 되서는 '나는 냄비도 아니요' 하는 것처럼 창고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데 그거 다 씻어다 처음으로 요리하는데 쓴 사람이 애거트 형님이었다. 언제더라. 사흘째 밖에도 안나가고 뒹굴다보니 배는 고프고 힘도 없고 우리는 두 마리 걸레조각이 되어있고 어찌된게 딘은 와주지도 않는데 어느 순간 혜성처럼 형님이 나타났고 그 다음순간 뿅 하고 먹을게 나타났어.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는데. 어라. 그러고보니 그 때도 전골이었네."

"그리고 그것도 죽도록 매웠지."

"오늘도 형님이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좋기만 하겠냐. 그 인간은 양파 백개쯤 기합으로 다 썰어낼 인간이잖아."

by 모에라 | 2007/11/02 11:27 | 낙서 | 덧글(0)

 

2007.10.29

"맵다."
"맵네."
"매어"

딘은 잠시 숟가락을 놓고 고개를 들었다. 건너편에서 레이스가 얼마나 울어댔는지 퉁퉁 부은 눈에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끅끅거리고 있었다. 딘이 얼마나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처량한 꼴을 하고 있는지 레이스는 알지 못한다.

"그러게 내가 그 손으로 눈 비비지 말랬지."
"그래도 눈이 아픈데 어쨰."
"참아야지 자식아."
"록코짱이 양파 두 개만 덜어갔어도 좋았잖아."
"그건 양파한테 몹쓸 짓이니까 안된다구."
"내가 뭐?"
"어떻게 나한테 양파 네개에 파 다섯에 고추까지 썰고 마늘까지 다 다지라고 하니? 그건 나한테 몹쓸짓이다."
"뭐야, 애초에 썰기 싫은 건 한사람이 몰아서 하자고 한 건 이자식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사람으로서 도리가 있지..."

딘은 대화를 무시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조심해야 한다. 숟가락이 되도록 혀나 입술에 닿아서는 안된다. 뜨거운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려 뱃속에서 화끈거렸다. 얼음조각같은 안개가 뿌옇게 깔린 동굴에서 돌아와 산장지기 아저씨 특제 레시피를 펼친 것까지는 좋았으나 세상은 도무지 평안해질 줄을 모른다. 몸은 따끈하게 새 힘을 얻으나 입 속에선 불이 나고 눈 앞은 번쩍거리고 귀는 혼란스러울지니, 지옥극락전골은 애초에 그런 요리인 것이다.

by 모에라 | 2007/10/29 11:20 | 낙서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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